14. 선행학습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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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선행학습은 한국만큼 흔하지 않은 편입니다.

 

아이 스스로 특정 과목에 재능이나 관심을 보이는 경우에 교과 과정보다 조금 앞선 내용을 소개해주는 것도 좋지만 (이때 다른 사람 눈에는 선행학습처럼 보일지 모르나 학생의 입장에서는 ‘맞춤 교육’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연한 불안함에 시작하는 선행학습이라면 정작 부지런히 공부해야 할 때 지친 상태가 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시험은 공부를 언제 시작했는지 보다는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지요. 따라서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을 제때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국 교육이 학교 교육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과 시험 문제 사이의 일치성이라고 봅니다. 즉, GCSE, A-level 시험 문제가 학교에서 배운 내용, 교과서에서 다룬 내용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학교 교육만 잘 따라가면 입시에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습니다.

 

학교 교육만으로도 옥스포드, 케임브리지 대학 등 세계적인 교육 체계를 보유할 수 있는 건 그러한 학교 교육과 입시 문제 자체가 학문의 본질과 사고력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수학의 경우 시험 문제는 100% 서술형으로 주어지고, 채점 과정에서도 답을 맞추는 것보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큰 비중을 둡니다. 또한 A-level에서 중요하게 다루었던 내용들이 대학교 전공 수업에서 그대로 적용되고 확장되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즉, 입시만을 위해 무언가를 배우는 게 아니라, 교육 과정 전체가 학문의 본질적인 내용을 배우는 긴 여정입니다. 

 

따라서 선행학습이나 사교육을 고려할 때도 ‘학교 교육을 잘 따라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CMA 수업: 저희가 수업을 하는 동기는, 학교마다 교육의 질에 차이가 나고 여전히 적지 않은 학교에서 공식 대입 위주의 수학 교육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수학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면 공식 대입 위주의 수업을 받아도 집에 와서 참고서나 인터넷을 통해 추가로 필요한 정보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수학을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를 때 공식 대입 위주의 수업을 받으면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고, 수학은 암기가 아니라고 했는데 공식을 모두 기억해야 하는 것처럼 보여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저희 수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 간극을 메우고, 기본 원리에서 공식이 어떻게 나오는지를 이해하면 문제들도 수월하게 풀린다는 걸 알려주고자 함입니다.]